2012년도 제36회 이상문학상의 대상 수상작으로는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라는 작품이 선정되었다. 소설가 김영하에게는 글로벌 시대의 작가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과제를 놓고 보면 당연히 김영하가 떠오른다. 그 이유는 이 작가가 스스로 택한 힘든 글쓰기의 방식 때문이다. 김영하는 수년전부터 잘 나가던 대학교수직도 던져버리고 소설에만 매달려 왔다. 그리고 자신의 글쓰기 공간을 낯선 영어권 문화의 중심인 미국으로 옮겼다. 이 유별난 선택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과제에 그가 맨몸으로 도전을 선언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 가운데 여전히 위력을 지닌 것이 ‘세계화’라는 말이다. 한미 FTA의 체결 이후에 중국과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신년 벽두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화라는 슬로건은 지난 경제 개발의 시대에 줄기차게 논의했던 ‘근대화’라는 말과 대조를 이룬다. 이 말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시대적 순서 개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간적인 본질 개념으로 바꾸어 놓고 보는 새로운 개념이다. 이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의 관점과 방법의 일대 전환이다. 한국적인 시대적 특수성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어떻게 공간적으로 확장된 세계적 보편성에 대한 논의로 관심을 전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당연한 과제가 된다고 할 것이다. 한국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문학의 인류적 보편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한국적인 것에서 세계적인 것으로의 확대,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의 전환,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과제이다.
지난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영역 출판되면서 몰고 왔던 신선한 충격은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왜 중요한 일인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주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일차적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적 수용 공간의 확대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적 특수성의 개념에 안주했던 문학을 전지구적 보편성의 개념으로 해방시키는 노력과도 통한다. 물론 문학 작품의 해외 소개는 한국의 전자제품의 해외 소비 시장 확대와 같은 상업적 논리로 이해될 수는 없다. 문학 작품의 해외 소개는 해외 무역에서 중시하고 있는 생산과 판매와는 달리 새로운 문화의 전파와 수용이라는 가치의 문제를 야기한다. 여기에는 가격과 품질과 패션에 의해 좌우되는 상품 소비 시장의 원리와는 전혀 다른 요건들이 작용한다. 한국문학의 해외 소개는 한국문학이 이질적인 외국문학 속에 들어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화해롭게 만나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문학의 기법과 주제에 대한 독자들의 문화적 취향의 문제에 의해 그 성패가 좌우된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1998년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된 후 미국, 독일, 네덜란드, 터키, 폴란드, 중국 등지에서 잇달아 현지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검은 꽃》의 경우에도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출판되었다.《빛의 제국》이 독일,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번역 출간된 후 2010년에 미국에서 영역되어 나왔을 때는 미국 독서계에서도 적지 않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서 작가 김영하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한국문학이 인류적 보편 가치를 찾아내는 데에 더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의 독자들이 한국문학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면서 한국문학의 자기 정체성을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그에게도 있다. 세계문학의 대열에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김영하의 의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이때문이다.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의 영예도 그에게 거는 더큰 기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권영민, 20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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