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재일 한국인 학자 김학렬(金學烈) 박사가 기증한 북한문학도서를 <학렬문고>라는 이름의 개인문고로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김학렬 박사는 해방 직후부터 일본에서 한국어로 문학 창작활동을 해온 시인으로, 일본 소재 조선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면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프롤레타리아문학운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한 북한문학 전문가이다. 서울대학교중앙도서관에서는 지난 8월 10일 김학렬 박사가 평생을 두고 수집 보관해온 북한 문학 관련 도서 3,700여종을 기증받아 <<학렬문고>>를 설치하고 <<학렬문고 소장 도서목록>>을 간행하면서 <북한 도서 특별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학렬문고>>에 소장되어 있는 북한 문학 관련 도서는 해방 직후부터 최근까지 북한에서 간행된 시, 소설, 연극, 영화, 음악, 아동문학, 문학평론, 어학, 문학사연구, 문학예술정책, 각급학교 교과서, 문학예술관련 잡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도서들 가운데 해방 직후부터 1950년대에 출간된 책들은 대부분 국내의 연구기관의 북한 관련 자료 목록에서 확인할 수 없는 희귀 자료들이다.
이 자료들 가운데에는 해방 직후 월북하여 그 행방을 확인할 수 없었던 문인들의 저작물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 가운데 어문학 관련 도서를 일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해방 전부터 대표적인 국학자로서 활동했던 홍기문, 김석형, 고정옥, 유렬, 김하명 등의 국어연구, 국문학연구, 국사연구에 관련된 여러 저작이 우선 주목된다. 월북시인으로 분류되고 있는 김북원, 김상훈, 김순석, 김우철」, 민병균, 박산운, 박세영, 박팔양, 이용악, 이찬, 조벽암, 정서촌, 조령출, 백석, 조운 등이 북한에서도 활발한 시작 활동을 하였음을 그들이 남긴 시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의 경우에는 김영석, 이갑기, 이근영, 이기영, 박태원, 석인해, 엄흥섭, 유항림, 최명익, 한설야, 한태천, 현덕 등이 북한에서도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극작가의 경우 송영, 신고송, 조영출, 한태천 등이 연극활동을 주도하고 있었으며, 비평가 안함광, 윤세평 등과 무용가 최승희의 월북 후 활동을 말해주는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학렬문고>>에는 북한이 정책적으로 지원했던 영화문학이나 가요 음악 분야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자료들은 인민성을 강조해온 북한 문예정책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경향의 영화문학과 가요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로 간행된 북한의 각종 사전류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사전류는 북한의 학문체계와 그 연구 내용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각급 학교의 교과용 도서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김일성대학에서 교육하고 있는 문학관련 교과서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문학교육의 내용과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렬문고>>에는 해방 이후 북한에서 발간한 문학예술 도서의 대부분이 시대별로 수집되어 있어서 북한문학의 변화 양상과 문인들의 활동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새로운 개인문고는 북한문학의 실체를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의 보고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도서 자료들이 한자리에 모여져서 북한문학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 문고의 설치가 북한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관심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권영민)
( * 김학렬 박사는 2012년 일본 동경 근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