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의 주변/권영민의 문단시평

BTS 그리고 뜨거운 ‘한류’의 현장 BTS 그리고 뜨거운 ‘한류’의 현장 1 지난해에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BTS에 관한 강의가 개설되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의 언론이 크게 보도했고 미국에서도 교민들 사이에 관심이 크게 일었었다. 내가 만났던 교민 가운데 이 강의 이야기를 직접 내게 물었던 분들도 있다. 지난해 봄 학기에 버클리대학에 개설되었던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 방탄소년단”(Next Generation Leaders: BTS)이라는 강좌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버클리대학은 매학기 다양한 강좌와 교육 프로그램을 폭넓게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디칼’(DECAL)이라는 약자로 흔히 표기하는 ‘민주적 교육 프로그램’(Democratic Education at Cal)이다. 이 프로그램은 .. 더보기
스마트폰에 매달린 사람들 스마트 폰에 매달린 사람들 1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들이 대부분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들여다보고 있다. 동영상 화면을 재미있어 하면서 보는 사람, 뉴스를 보는 사람, 만화 화면을 펼쳐보는 사람,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 모두가 그 작은 화면에 열중이다. 책을 펼쳐 들고 있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길거리에서도 공원의 산책길에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도 이 새로운 환경의 변화와 매체의 특성을 무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책이 안 팔린다고 야단이다. 서점에 내놓은 책 가운데 그나마 팔리는 것은 자기개발서이거나 취업 준비용이 많다는 것이다. 유명 작가의 신간 소설도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니 출판업계가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 더보기
[2014년을 보내며] 제야(除夜)의 기도 올해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세월의 덧없음이 유달리도 마음을 허전하게 합니다. 시인 김영랑은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밤을 안쓰러운 마음결에 담아 ‘제야’라는 시로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제운 밤 촛불이 찌르르 녹아 버린다 / 못 견디게 무거운 어느 별이 떨어지는가 // 어둑한 골목골목에 수심은 떴다 갈앉았다 / 제운 맘 이 한밤이 모질기도 하온가 // 희부연 종이등불 수줍은 걸음걸이 / 샘물 정히 떠붓는 안쓰러운 마음결 // 한 해라 기리운 정을 묻고 쌓아 흰 그릇에 / 그대는 이 밤이라 맑으라 비사이다.’ 한 해 동안의 삶을 돌아보면 기쁨보다 수심이 더 많습니다. 떨쳐버리기 어려운 그리운 정이 다시 마음속에 모이고 쌓입니다. 시인은 제야의 촛불을 밝힌 채 맑은 샘물을 떠놓고 그.. 더보기
광복 70년, 문화융성의 시대를 향해 올해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모두 힘을 합쳐 힘든 산업화의 과정을 통해 경제 성장을 얻어냈고, 숱한 희생을 바탕으로 민주화의 역정을 거쳐 사회 발전을 이룩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성숙을 의미하는 문화 융성의 시대를 열어가는 일이 남아 있다. 문화의 개념은 그 폭이 아주 넓다. 삶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문화와 통한다. 문화는 삶의 과정에서 이루어내는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모두 포괄한다. 그러므로 문화는 인간의 삶 자체에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내적 능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모든 산물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학문, 예술, 종교, 도덕 등의 정신활동이 그 중심을 이룬다. 결국 문화는 인간이 역사적 사회적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낸 삶의 방식 .. 더보기
국립한글박물관의 개관 한글박물관이 곧 문을 연다. 한글에 관한 모든 자료를 수집 정리 보존하기 위한 박물관이 생긴다는 것은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색 있는 박물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크다. '한글'이라는 말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자의 명칭이다. 그러나 이 명칭은 세종대왕 때부터 사용된 것이 아니다. 세종대왕은 새로 만든 문자에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훈민정음이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말이라는 뜻을 지니는데, 이 말을 줄여서 '정음'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훈민정음은 조선 시대 말기까지 언문이라고 통칭된다. 조선 시대의 지식인들이 '언문, 언서, 반절' 등으로 지칭하였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많은 중국 문헌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출간한 바.. 더보기
시인으로 산다는 것 서슬이 퍼런 판사, 검사라는 말에는 일 ‘사(事)’ 자가 붙어 있는데, 잘 나가는 변호사에게는 선비 ‘사(士)’ 자를 붙인다. 의사, 기사에는 스승 ‘사(師)’가 붙어 있다. 소설가, 화가는 집 ‘가(家)’를 쓰는데 목수나 가수는 손 ‘수(手)’자를 붙인다. 광부, 청소부 등에는 지아비 ‘부(夫)’ 자가 붙어 있다. 특이하게도 시를 쓰는 사람만은 ‘시인(詩人)’이다. 의사처럼 시사(詩師)도 아니고 변호사처럼 시사(詩士)도 아니다. 소설가와 같이 시가(詩家)라고 부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강은교 시인은 ‘시인이여. 어서 떠나라. 아직도 거기 머물고 있는가. 옛집은 틀이며 진부함이며 상투성’ 이라고 가르치며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먼 여행을 재촉한다. 그런데 사십년을 시를 써온 장석주 시인은 이렇게 말하.. 더보기
세계로 소개되고 있는 시조시인 조오현 미국에서 영어로 발간되고 있는 여러 문학지에 시조시인 조오현의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번역 소개되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에서 발간되고 있는 전통 있는 문예지 는 지난해 9월호에 조오현의 시조 「오늘」, 「달마」, 「고목의 소리」 등을 번역 소개하였다. 이 잡지는 1927년 창간된 문예지로서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종합지 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잡지의 하나로 손꼽힌다. 월간지 형태로 간행되고 있는 이 잡지는 영어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문학인들의 신작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문학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비영어권 문학인의 작품도 특집형식으로 번역소개하고 있다. 온라인 계간 문예지인 도 2013년 가을호에 조오현의 산.. 더보기
베스트셀러의 허상 ‘베스트셀러’는 글자 그대로 잘 팔리는 책을 말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매주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이 유명하다. 일반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된 책의 부수를 조사하여 통계를 내고 ‘소설’과 ‘비소설’ 부문을 나누어 발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서점들이 자기네 서점에서 많이 팔려나간 책을 조사하여 베스트셀러 목록을 만든다. 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독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어떤 종류의 책을 사서 읽고 있는지 그 경향을 알 수가 있고, 출판사가 발행하고 있는 신간들 가운데 어떤 책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책들을 초판의 경우 양장본으로 제작한다. 이 양장본 책은 정가가 비싸지만 대개 도서관에서 먼저 구입한다. 이런 방식이 제도화되어 있으니 출판.. 더보기
신춘문예의 계절 해마다 연말이 되면 중요 신문들이 큰 상금을 내걸고 문학작품을 공모한다. ‘신춘문예’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 문단 행사는 문학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늘 아득하다.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이 신춘문예를 기다리며 작품을 가다듬고 여기저기 신문에 투고한다. 그리고는 얼마나 가슴조리면서 신년 첫날의 발표를 기다리는지 이 열병을 치루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문학의 길을 향한 ‘통과의례’를 이렇게 유별나게 치루는 나라는 달리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상금을 내걸고 문학 작품을 공모한 것은 최남선(崔南善)이 주재했던 잡지 《청춘(靑春)》이 처음이다. 이 잡지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에서 1914년에 종합 월간 문예지로 출발했다. 그리고 ‘바야흐로 발흥하려는 신.. 더보기
캐나다 단편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스웨덴 한림원은 2013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캐나다의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를 선정했다. 북아메리카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손꼽히고 있는 먼로를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스웨덴 한림원은 ‘우리 시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고 소개하였다. 노벨 문학상의 역사상 여성 수상자로서는 열세 번째이며, 캐나다 문인 가운데 최초의 수상자이다. 영국의 BBC와 미국 뉴욕 타임즈 등을 비롯한 세계의 언론들은 먼로의 문학이 ‘가장 비정치적이면서도 가장 비상업적임’을 주목하면서 그녀의 수상을 일제히 환호하였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우리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녀의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 『떠남』,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등이 이미 국내에도 번역 출판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