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종, <십일월> 외
한바탕 잘 끓인 추어탕으로 우리 동네 성만 씨네 산다랑치논에, 그 귀퉁이의 둠벙에, 그 옆 두엄자리의 쇠지랑물 흘러든 둠벙에, 세상에, 원 세상에, 통통통 살 밴 누런 미꾸리들이, 어른 손꾸락만한 미꾸리들이 득시글벅시글 난리더랑께! 그걸 본 가슴팍 벌떡거리는 몇몇이, 요것이 뭣이당가, 요것이 뭣이당가, 농약물 안 흘러든 자리라서 그런가 보다며 너도 나도 뛰어들어, 첨벙첨벙 반나절 요량을 건지니께, 양동이 양동이로 두 양동이였것다! 그 소식을 듣곤, 동네 아낙들이 성만 씨네로 달려오는디, 누군 고사리를 삶아오고 실가리를 추려오고, 누군 들깨즙을 내오고 태양초물을 갈아오고, 누군 육쪽마늘에 다홍고추를 다져오고, 잰피가리에 참기름에 사골에, 넣을 것은 다 넣게 갖고 와선, 가마솥 한가득 붓곤 칙칙폭폭 칙칙폭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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