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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문학콘서트 6 사투리로 시 쓰기

최명길, <농사꾼 아버지> 외 농사꾼 아버지 / 최명길 밤 이슥토록 밭도랑을 파내면서 앞드로 논물 대던 날 밤 그 기억의 파편을 한 삽 퍼내 올렸다. 가물 타 논바닥이 물을 달라고 쩍 벌어지고야 말던 날 나는 괭이를 들러 메고 윗논 물꼬를 땄다. 그 윗논 물꼬를 따고 그 윗논 물꼬도 따고 또 그 윗논 물꼬를 따고 남의 물꼬를 따고 따 두어 시간이나 따고 올라가 마침내 물 한 줄기가 겨우 우리 논 물꼬에 닿으며 멍석 한 닢만큼 물자리를 폈을 때 논바닥이 물 먹는 소리를 꼬르륵 꼬르륵 냈을 때 아버지는 마른 부시를 그었다. 부싯돌과 부시가 부딪쳐 튀는 불꽃이 섬들 버덩 어둠을 건너뛰며 번쩍여 마치 별을 데리고 노는 듯 도깨비를 데리고 노는 듯 했다. 평생 지게 등짐 무게에 짓눌려 다리뼈가 바깥으로 휘어 튕겨져 나갔던 농사꾼 아버지 강릉 .. 더보기
정일근, <미래에서 온 편지> 외 *호드기라고 하는 것은 버드나무인데요 버드나무/버드나무 물오를 때 살살 손으로 이리 틀면/그게 물이 올라가지고/나무는 나무대로 껍데기는 껍데기대로/이리 틀어가지고 인제/껍데기는 껍데기대로 알맹이는 알맹이대로 나오면/칼로 잘라가지고 인제/겉껍데기는 벗겨버리고 속껍데기가 또 있거든/ 속껍데기 그것을 이렇게 불면 호드기가 불리고/피리라 하는 것은 풀잎으로 부는 것이 피리고/ 피리라 하는 것은 잘 부는 사람은 뭐/무엇이라도 입에 대면 뭐 다 소리가 나고/못 부는 사람은 그 피리 퉁소는 공부 퉁소요/피리는 팔자 팔자있다 하는 거야. (2009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서 채록된 ‘경남지역어 조사보고서’ 중에서) 아래 승기, 곁에 성기 경상도 사람에겐 단모음 으/어 구별이 없는데 내 친구 김승기 아무리 자기 이름.. 더보기
나기철, <명순이> 외 * 서카름 : 서동네 젤라의 꽃 6 내 수호 성인 프란치스꼬 가신 날 책상에 *고장 없다 나중에 떼쓰니 **물애기, 물애기, 라고 놀린다 * 꽃 **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몸이 굳지 않은 아이 약력 : 1987년 으로 등단. 시집으로 『섬들의 오랜 꿈』『남양여인숙』『뭉게구름을 뭉개고』『올레 끝』등. 동인. 현재 제주도 신성여고 교사. 더보기
고재종, <십일월> 외 한바탕 잘 끓인 추어탕으로 우리 동네 성만 씨네 산다랑치논에, 그 귀퉁이의 둠벙에, 그 옆 두엄자리의 쇠지랑물 흘러든 둠벙에, 세상에, 원 세상에, 통통통 살 밴 누런 미꾸리들이, 어른 손꾸락만한 미꾸리들이 득시글벅시글 난리더랑께! 그걸 본 가슴팍 벌떡거리는 몇몇이, 요것이 뭣이당가, 요것이 뭣이당가, 농약물 안 흘러든 자리라서 그런가 보다며 너도 나도 뛰어들어, 첨벙첨벙 반나절 요량을 건지니께, 양동이 양동이로 두 양동이였것다! 그 소식을 듣곤, 동네 아낙들이 성만 씨네로 달려오는디, 누군 고사리를 삶아오고 실가리를 추려오고, 누군 들깨즙을 내오고 태양초물을 갈아오고, 누군 육쪽마늘에 다홍고추를 다져오고, 잰피가리에 참기름에 사골에, 넣을 것은 다 넣게 갖고 와선, 가마솥 한가득 붓곤 칙칙폭폭 칙칙폭폭.. 더보기
구재기, <서릿발 아침> 외 *치나! : 저리 가!(충남 서천지방 사투리) *치나랑게! : 저리 가라니까!(충남 서천지방 사투리) 흉작凶作 어이서* 푸작나무* 뒤집어 말리는 소리 그라고*, 가랑잎 긁어대는 갈쿠질* 소리 갑자기 밀려온 추위에 구들장 온기마저 죄다* 사라진 탓이다 다 저녁 때 기뚜래미* 울음소리마저도 고뿔*에 든 것 같다 모탱이*에 내동댕이쳐진 부시땅*이라도 밀어 넣고 아궁이에 풀무질*을 해댈까 왼죙일* 치질해 보아도 남은 나락 별반 없고 봉창*마저 텅 비어버린 굶품한 이 가을 굴타리먹힌* 감 하나 푸지게* 먹을 수 없구나 *어이서 : 어디에서(충남 서천지방 사투리) *푸작나무 : 산에서 땔감으로 베어온 잔 나뭇가지와 억새풀 등(충남 서천지방 사투리) *그라고 : 그리고(충남 서천지방 사투리) *갈쿠질 : 갈퀴질(충남.. 더보기
방언의 시학 혹은 사투리로 시 쓰기 오늘 나는 이곳 공주에서 열게 된 여섯 번째의 문학콘서트를 ‘사투리로 시 쓰기’라는 특이한 제목을 내세웠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택하게 된 것은 평생을 자신이 태어난 고장에서 시를 쓰며 살아온 나태주 시인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해오셨습니다. 나 시인은 훌륭한 시는 ‘시인의 영혼이 스며들어 있는 시’라고 늘 강조해 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와 합치하여 이들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 참된 시인의 작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시적 태도를 통해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삶의 정경이라든지 인정과 사랑의 깊은 의미를 자신의 언어로 노래하였습니다. 시적 대상에 대한 치밀.. 더보기
<공주>에서 열린 문학콘서트 권영민 선생님 인사 참여시인들과 한 컷 행사 후 기념 촬영 초대공연 더보기
공주 문학콘서트 전경 더보기
참여시인 인사 및 시낭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