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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주변/권영민의 문단시평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미국에서 온 한국문학 담당 교수 두 사람과 만났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화제가 신경숙의 소설 로 모아졌다. 영어로 변역 출간된 이 세계적인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2011년도 상반기 결산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올랐다는 소식을 내가 먼저 입에 올렸더니 이런저런 통계들을 두 교수가 계속 거론한다. 나는 그런 순위보다 영어권 독자들이 이 작품에 보여주고 있는 꾸준한 관심이 더 궁금한데, 이 즐거운 화제의 마무리가 꼭 유쾌했던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이 교수들은 신경숙의 소설이 아주 절묘하게도 타이밍을 잘 맞추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한국 작가의 소설도 영어권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는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친숙.. 더보기
한국 대학의 일본어 교육 수년전 내가 일본의 메이지(明治) 대학 초청으로 잠시 동경에 머물러 있었던 때의 이야기다. 조그만 공개강좌에서 나는 한국문학에 관한 강연을 하게 되었다. 강연이 끝난 후에 청중과의 문답 시간이 주어졌다. 첫번째 질문자가 일어섰다. 그런데 그는 내 강연과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왜 서울대학교에서는 대학입시에서 일본어를 제2외국어 과목의 하나로 인정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내가 질문의 내용이 강연과 상관이 없다고 하자, 그 질문자는 집요하게 나의 대답을 요구하였다. 나는 서울대학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전제하면서, 나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내세워 두 가지 사실을 언급하였다. 첫째, 한국인들에게 일본어는, 한국어가 일본인들에게 그러하듯이 하나의 외국어에.. 더보기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혹은 지성의 의미 인간이 의지할 위대한 힘은 지성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모든 크고 작은 파괴와 그 비극의 원인은 감정적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며, 위대한 창조와 평화는 지성으로써 이루어진다. 영국의 철학자 러셀의 말이다. 인간의 휴머니티는 지성에 의해서만 그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만큼 지성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본 지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ㆍ63)가 최근 한국과 일본,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빚어진 영토 갈등이 극한적인 대립의 국면으로 치닫자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일본과 중국을 둘러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 한국과 일본의 독도 문제로 빚어진 분쟁이 그 핵심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우리 독자들과 아주 친숙하다. .. 더보기
문인들의 학력 일본 식민지시대 활동했던 우리 문인들 가운데 일본에 건너가 수학한 경력을 지닌 사람은 적지 않다. 신소설 작가 안국선과 이인직은 각각 구한말 관비유학생으로 파견되어 일본 동경에서 신학문을 수학한 바 있다.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로 손꼽히는 이광수의 경우는 일진회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에서 중학 과정을 마친다. 그리고 다시 와세다 대학에서 수학하게 되지만 2.8독립선언을 주도한 협의로 지명 수배되자 상해로 피신함으로써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김소월은 배재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상과대학으로 유학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해 관동대지진으로 대학이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사회가 혼란하게 되자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하게 된다. 김소월의 대학 수학에 관한 기록은 지금껏 제대로 확인된 .. 더보기
한국문학, 세계화의 길 -국제교류진흥회의 30년을 돌아보며 세계화 시대의 한국문학 국제교류진흥회(ICF)가 출범한 지 30년이 되었다. 국제교류진흥회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실천해 왔다. 지난 1990년대만 하더라도 ‘세계화’라는 개념은 한국문학의 경우 매우 낯선 과제였다. 한국문학은 지난 한 세기동안 근대적인 문학의 형태로 변모해 왔으며, 형식과 기법, 주제와 정신의 ‘근대성’에 매달려왔다.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슬로건처럼 내세워진 ‘세계화’라는 말은 사회문화 발전을 공간적 보편개념으로 바꾸어 놓고 보는 새로운 개념이다. 이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의 관점과 방법의 일대 전환이다. 한국적인 시대적 특수성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어떻게 공간적으로 확장된 세계적 보편성에 대한 논의로 관심을 전환할 수 있는가 .. 더보기
소월의 딸들 1 이번에 시인 김소월의 외증손녀인 김상은씨가 소월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책 을 펴내게 된 것이 참으로 기쁘다. 이 새로운 작업이 소월 탄생 110년을 맞아 그 가족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도 뜻깊다. 김상은 씨는 전문적인 문필가는 아니다. 음악을 전공한 성악가로서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이고 이를 직접 노래하기도 하였다. 김상은 씨는 가족들에게 전해져 온 소월에 관한 일화들을 다시 정리하고 그 중요 작품들도 함께 모아 새로운 형식의 소월 평전을 내놓고 있다. 김소월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참조해야 할 책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2 김소월(본명 김정식, 1902-1934)은 평안북도 구성에서 태어났으며 오산학교를 거쳐 배재고보를 졸업했다. 김소월은 1920년 3월 오산학교 재학 당.. 더보기
서평 -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 여성 작가 여섯이 펼치는 섹스 판타지를 함께 묶어 라는 테마 소설집을 내놓는다. 이 책은 지난 가을에 내놓은 남성 작가들의 이야기의 후속편에 해당한다. 바따이유는 에로티시즘을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라고 했다. 이 말을 조금 바꾸어 보면 섹스야말로 죽음까지 이어지는 삶에 해당한다. 섹스가 생의 연속성에 함께 한다는 뜻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평재의 은 섹스의 판타지를 음악의 선율과 소리의 감각을 통해 펼쳐낸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육체보다도 감성의 에로티시즘이 더욱 현란하다. 김이설의 붓끝은 파괴적이다. 의 이야기는 육체도 정신도 섹스라는 행위 속에서 소진된다. 한유주의 에서는 덧없이 소멸하는 개체로 떠밀리고 있는 주체에 대한 환상이 인상적이다. 서사를 해체하면서 얻어내고 있는 이러한 느낌과는 달리, 김이은.. 더보기
문화의 시대 정치 혐오(嫌惡)의 정치론을 내세운 바 있는 영국의 허버트 리드는 “문화라는 것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눌러대서는 안된다. 그것은 밑에서부터 자라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화의 자율성을 말할 때마다 리드가 말한 이 한 마디의 충고가 생각난다. 문화라는 것은 사실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얽매여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규정된 방향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시대와 변화하는 인간의 삶에 다라 함께 변화하는, 살아있는 사회적 현상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인간 생활양식의 총체라고도 한다. 인간이 자신의 살메 근거하여 현실을 바라보고, 생을 영위하며, 우주만물을 대하는 일체의 행위가 문화를 형성한다고 한다.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것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며, 문.. 더보기
영어로 시조 짓기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데이빗 맥캔 교수는 요즘 ‘영어 시조(English Sijo)’에 몰두하고 있다. 단순한 개인적인 관심이나 취미활동을 넘어서서 ‘영어 시조 짓기’를 문학 교육 현장에 널리 확대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맥캔 교수는 이미 여러 권의 시집을 발간한 바 있는 시인이다. 오랫동안 한국문학을 연구하여 왔고 한국 시가들을 영어로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들을 해오면서 그가 도달한 특이한 지점이 시조를 영어로 짓는 일이라는 것이 놀랍다. 맥캔 교수는 자신이 직접 지은 영어 시조들을 모아 만든 자가본 영어 시조집을 만들었다. 이 책이 영어 시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맥캔 교수는 시인으로서 시조라는 특이한 시적 형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더보기
일본의 문학박물관 일본 사람들은 일본 문학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사랑만이 아니라 자부심도 크다. 일본의 전통적인 문학 형태인 하이쿠는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의 중학교 영어 시간에는 영어로 하이쿠 짓기가 유행이다. 영작문 연습에 하이쿠를 활용하도록 고안할 정도로 일본인들은 자기네 문학의 소개에 열을 올린다. 미국의 중요 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문화관에 가보면 영어 하이꾸 짓기 대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일본인들은 일본 문학 자료를 잘 보관하고 있다. 일본 동경의 일본 근대문학관은 일본 근대문학의 모든 자료를 한자리에 보존 정리하여 놓은 유명한 문학 박물관이다. 이 근대문학관이 발족한 것은 동경 올림픽 직전인 1963년이다. 일본 근대문학관이 1967년 본관 개관에 이르기까지 힘을 기울인 일은 자료의 수집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