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대상, 김경욱 ‘천국의 문’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드디어 출간됐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중ㆍ단편소설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심사 과정을 통해 선정하는 이상문학상은 한국소설 문학의 황금부분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탁월한 작품성을 지닌 수상작들로 이루어져 있어, 현대소설의 흐름을 대변하는 소설 미학의 절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2016년 이상문학상 대상작은 심사위원 5인(권영민, 김성곤, 김인숙, 김종욱, 윤후명)의 심사숙고 끝에 김경욱의 <천국의 문>으로 선정되었다. 김경욱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서사방식과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기반으로 냉소적이고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작품으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올해의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김경욱의 <천국의 문>은 한 개인과 가족에게 드리워진 부성(父性)과 부정(父情)의 상실을 통해 상처 입은 가족 공동체의 모습과 그 해체를 면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를 돌보지만 한편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욕망하는 딸의 내밀한 시선은 파괴된 자신의 삶과 유예되는 아버지의 죽음 사이에서 참혹하게 길항한다. <천국의 문>은 한 인간의 죽음을 개인이 아닌 사회적 죽음으로 치환하고,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죽음이란 무엇인지, 남겨진 가족들의 존엄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아울러 단편소설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치밀한 시간 구성, 밀도 있게 처리된 디테일의 묘사 방식과 현대적 죽음 자체를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시각으로 그려낸 <천국의 문>은 한국문학이 얻어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김경욱의 <천국의 문>과 자선 대표작 <양들의 역사> 외에도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우수상 수상작인 김이설의 <빈집>,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 정찬의 <등불>,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등이 수록되어 있다. 상실을 맞이하는 순간과 시대적 아픔들을 끌어안는 작품들이 고루 포진하여, 독자들을 새로운 미래로 초대하고 있다.
권영민 교수 한 마디 심사평 : "<천국의 문>에서 그려낸 치밀한 시간 구성, 밀도 있게 처리된 디테일의 묘사는 근래 보기 드문 소설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패러디에서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되는 탄식이 씁쓸한 여운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