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미래에서 온 편지> 외
*호드기라고 하는 것은 버드나무인데요 버드나무/버드나무 물오를 때 살살 손으로 이리 틀면/그게 물이 올라가지고/나무는 나무대로 껍데기는 껍데기대로/이리 틀어가지고 인제/껍데기는 껍데기대로 알맹이는 알맹이대로 나오면/칼로 잘라가지고 인제/겉껍데기는 벗겨버리고 속껍데기가 또 있거든/ 속껍데기 그것을 이렇게 불면 호드기가 불리고/피리라 하는 것은 풀잎으로 부는 것이 피리고/ 피리라 하는 것은 잘 부는 사람은 뭐/무엇이라도 입에 대면 뭐 다 소리가 나고/못 부는 사람은 그 피리 퉁소는 공부 퉁소요/피리는 팔자 팔자있다 하는 거야. (2009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서 채록된 ‘경남지역어 조사보고서’ 중에서)
아래 승기, 곁에 성기
경상도 사람에겐
단모음 으/어 구별이 없는데
내 친구 김승기
아무리 자기 이름 승기라고
성기가 아니라 승기라 해도
듣는 귀도 성기로 듣고
말하는 입도 성기라 따라하는데
이 친구 그때마다, 꼭
‘곁에 성’이 아니라 ‘아래 승’이라고
‘곁에 성기’가 아니라
‘아래 승기’라고 강조하는데
어느 날 그 말 듣고 있던
불콰한 형님 왈
성기라 하면 좆인데
그 좆이 아래에 달렸지
곁에 달린 좆이 어디 있나
그런 좆 있으면 구경 좀 하자고
불호령 내렸는데
그래서 김승기는
여전히 김성기인데.
약력 : 경남 진해 사람. 1984년 <실천문학> 신인상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등.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시 부문), 이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 경향신문, 문화일보 기자를 거쳐 현재 경남대학교 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