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시전집>을 펴내며
이 책에 김소월이 쓴 모든 시 작품을 수록한다. 소월이 펴낸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된 작품만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스승인 김억이 엮은 <<소월시초(素月詩抄)>>의 작품도 포함한다. 이 두 시집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이미 잡지와 신문에 발표된 작품들, 그리고 유작의 형태로 잡지 <<문학사상>>이 발굴하여 공개한 작품도 함께 싣는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김소월시전집이 이미 여럿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시 펴내는 것은 김소월 시의 텍스트를 보다 정밀하게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정본을 제대로 확립해야 하겠다는 필자 나름의 욕심 때문이다.
내가 소월 시를 처음 읽었던 것은 중학교 시절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간직하고 있는 그때의 일기장에는 매일 하루 일을 정리해 적어 놓은 글 뒤에 소월 시 한 편이 덧붙여 적혀 있다. 학교 도서실에 있던 책 가운데 김소월의 시집은 내가 가장 자주 빌렸던 책이다. 매일 같이 이십 리를 걸어 학교에 다니면서 오가는 길에 큰 소리로 소월시를 외었던 생각이 난다. 뜻 모르고 그리 했지만, 그때 외웠던 시가 지금도 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몇 년 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초빙교수로 한국문학을 강의하게 되었을 때, 데이빗 맥캔 (David McCann) 교수와 함께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을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자세히 검토하였다. 맥캔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김소월 연구의 권위자이다. 이미 여러 차례 김소월 시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고, 소월시선집도 영문으로 발간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달래꽃>> 전체를 완역하여 출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나는 미리 한국에서 1925년판 원전을 복사했고, 시집 출간 이전에 잡지와 신문에 발표되었던 작품들을 모두 찾아내어 시집에 수록된 것들과 일일이 대조해 두었다. 맥캔 교수는 벌써 <<진달래꽃>>의 초역을 끝낸 상태였다. 나는 맥캔 교수와 매주 화요일 오후 연구실에서 함께 만나 <<진달래꽃>>을 한 페이지씩 읽어나갔다. 예컨대 <<진달래꽃>>의 첫 번째 수록 작품인 “먼 후일”의 경우, 1920년에 <<학생계>>에 발표한 최초의 원본과 1922년 <<개벽>>에 다시 개작 발표된 텍스트를 함께 대조하였고, 맥캔 교수의 영역본도 읽어 나갔다. 맥캔 교수는 대부분의 소월 시를 줄줄 외었다. 어떤 작품은 둘이서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낭송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기존 연구서와 자료들을 검토하였고, 난해한 시어의 새로운 해석도 이루어졌다. <<진달래꽃>> 함께 읽기를 끝낸 후, 맥캔 교수의 <<진달래꽃>> 영역본은 미국 컬럼비아대학 출판부와 출간 계약을 맺게 되었으며, 나는 <<김소월시전집>>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하였다. 제1부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의 수록 작품을 원문대로 수록하였다. 1925년 출판 당시의 원문을 살렸고, 책의 순서대로 작품을 실었으며, 각 작품마다 잡지 신문에 발표되었던 원문을 찾아 함께 대조하여 텍스트의 개작과정을 확인하여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각 작품 마다 현대 국어 표기법에 따른 텍스트를 덧붙여놓았다. 제2부는 첫째, 김억 편 <<소월시초(素月詩抄)>>(1939)의 수록 작품, 둘째, 시집에 수록되지 못한 잡지 신문 등에 발표한 후 시집에 수록되지 못한 작품, 셋째, 한시 번역 작품, 넷째, <<문학사상>> 지에서 발굴한 소월의 미발표 작품 등으로 구성하였다. 잡지 신문의 원문 대조는 물론이고, 번역 한시의 경우는 중국 원전을 대조하여 함께 실었다. 부록으로는 그동안 소월 시의 해석에서 문제가 되곤 했던 중요 시어에 대한 해석을 첨부하였다. 기왕의 전집 가운데 필자의 해석과 다른 해석을 보여준 대목들은 이를 밝혔다.
이 책을 엮으면서 김종욱 편 <<원본 소월전집>>(홍성사, 1982), 김종욱 편, <<정본(正本) 소월전집(素月全集)>>(명상, 2005), 오하근 편 <<정본 김소월전집>>(집문당, 1995), 오하근, <<김소월시어법연구>>(집문당, 1995), 김용직 편 <<김소월전집>>(서울대출판부, 1996) 등을 함께 참조하였음을 밝힌다. 이 책들은 모두가 김소월 시의 텍스트 연구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중요 업적들이다.
이 책을 엮는 과정에서 김소월 번역 한시의 원문을 중국 원전과 일일이 대조하여 다시 번역하여 주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박희병 교수께 감사드린다. 잡지 <<배재>>의 열람을 허락하여 준 배재고등학교 자료실에도 감사드린다. 신문 잡지의 원문 조사를 도와준 서울대학교 현대문학교실의 정기인 군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소월시문학상을 주관하고 있는 문학사상사가 이 책의 출간을 맡아준 것이 더욱 기쁘다. (권영민, 2007. 1)